인텔의 전성기
인텔은 1990년대부터 PC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한 기업이었다.
'Intel Inside'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인텔은 PC 시장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PC 구매 시 인텔 CPU의 사용 여부가 PC의 품질을 보증하는 지표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인텔의 CPU는 거의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탑재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동맹을 통해 MS-DOS와 윈도우가 설치된 PC에는 항상 인텔 CPU가 포함되었다.
문제의 시작: 모바일 시장 미대응
인텔의 몰락은 2000년대초에 시작되었다. 당시 인텔의 CEO였던 폴 오텔리니는 기술계 출신으로 인텔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모바일 시장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
2005년 애플은 인텔과 제휴를 맺고 인텔 CPU가 탑재된 아이맥을 발표했으며, 2006년에는 스티브 잡스가 직접 오텔리니를 찾아가서 모바일용 CPU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오텔리니는 이 요청을 거절했다. 이유는 애플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웠고, 예상 판매량도 높지 않았으며, 인텔의 전통적인 아키텍처 방식과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이후 아이폰의 대성공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반도체 기업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텔은 모바일 시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클라우드와 서버 시장에서의 안정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고 서버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함으로써 인텔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임을 과시할 수 있었다.
인텔은 경쟁 기업들보다 반도체 생산 기술에서 2년 정도의 격차를 보였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이 기술 격차는 이후로 점차 좁혀지게 되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시대: 기술 격차 좁히기와 비용 절감
오텔리니의 후임으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CEO로 취임하면서 인텔에 파행이 시작되었다.
크르자니크는 수익성에 집착하여 비용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들을 정리하고, 성과가 없는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R&D 인력들도 해고되면서 인텔은 경쟁자들에게 기술 격차를 따라잡히게 되었다.
인텔의 14나노, 10나노 공정 전환은 예상보다 4년이 늦어졌고, TSMC는 이미 7나노 공정에 진입한 상태였다.
결국, 인텔은 현재 반도체 제조 기술력에서 경쟁사들보다 두 세대나 뒤쳐진 상태이다.
AMD의 부상과 커스텀 반도체의 도전
경쟁사인 AMD가 치고 올라오면서 인텔의 점유율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특히 PC 반도체와 서버용 CPU 시장을 먹고 있었던 인텔에게 이는 큰 실패였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커스텀 반도체를 원하는 추세로 변하면서, 인텔은 이러한 요구를 맞춰 주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인텔과의 동맹을 마무리 짓고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AI 시대와 인텔의 소외
현재 인텔은 AI 부문에서 소외된 상태이다. AI 기술 업체가 되거나 엔비디아 공급망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데, 인텔은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인텔의 사업 부분이 AI 분야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이 시장을 타기 위한 전략적 변화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페겔싱어의 부활 전략
2021년 인텔은 30년간 인텔에서 일한 후 11년 동안 타 기업의 CEO였던 패트 겔싱어를 다시 데려왔다.
겔싱어의 부활 전략은 설계와 제조의 분리를 통해 인텔의 파운더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즉, 설계는 계속하면서 제조는 다른 기업들의 의뢰도 받는 방식이었다.
이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 이슈를 고려한 리스크 분산 전략이었다.
현재의 도전
현재 인텔은 계속적인 적자와 함께 파운더리 공장 설립에 많은 투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CPU 시장의 위축과 고객들의 인텔의 생산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인텔의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가 되었다.
미국의 파운더리 공장 완공도 아직 멀어, 인텔의 고난의 행군은 계속 될 예정이다. 겔싱어가 주도한 전략의 결과는 아직 미래에 달려 있다.
결론
인텔의 몰락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늘 잘되는 한 가지 사업에만 몰두한 결과이다.
모바일과 AI 반도체 시장을 완전히 내어 주고,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인텔은 다양한 도전을 시도 중이며, 성공과 실패를 다 맛본 기업으로서 현재의 고난을 통해 예전의 폼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을 할수록, 소비자들도 반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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